오늘 살펴볼 사건은 당사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재미있다. 너무나 애매한, 이런것이 과세되면 참 복잡하고도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계법인,금융회사,법률사무소등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남편이 급여를 부인에게 생활비등으로 35회에 걸쳐 약13억원을 송금 하고, 전업주부인 부인은 이를 자신의 계좌를 개설하여 금융상품에 투자를 했다. 이것을 증여로봐서 증여세를 부과했다!!! 부부관계에 어떻게 돈 관리를 해야하나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부인은 부동산임대소득외에 다른 소득이 없는데, 고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증여혐의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받았다. 남편은 부인에게 증여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세무서는 부모자식간, 배우자간 증여행위에 대해 과세당국이 이를 포착하여 과세한 후 수증자의 수증의사가 없었다는 막연한 주장만으로 증여의사 합치가 없어 증여행위가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사회통념상 수긍이 가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회통념에 대한 잣대를 너무 과세관청쪽으로 가져간건 아닌지...
증여세는 완전포괄주의라는 무기가 있다. 한마디로 증여 같으면 일단 과세할 수 있다. 그렇다고 또 대충 막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부인이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이 돈을 남편 계좌로 반환했다. 그리고 남편명의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다시 하기로 협의를 했다. 그러나 증여세 부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남편과 부인은 모두 최고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아 남편과 부인의 명의로 분산해서 예금을 관리할 이유가 없었다. 금융소득이 2천만원이 넘으면 종합소득세로 과세되어, 소득이 적은 쪽의 명의로 관리하면 세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이유가 있다면 부인의 명의로 관리만 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증여가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남편이 했던 일로 비춰봐도 증여세 문제를 알았을 것이고, 남편이 부인에게 송금하지 않고 인터넷뱅킹등으로 직접 거래를 했어도 됐을 것이고, 부인이 인감도장 등 계좌인출권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부인이 입금 받아 관리만 한걸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남의 세금 봐주다가 머리 아파서 정작 내 세금을 잘 못챙긴다. 이렇게 머리 아픈 일이 많은데, 돈 관리는 그냥 편하게 부인한테 해달라고 할 수도 있지... 그걸 뭐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말까지 써가면서 세금을 부과해야하는지...
행정심판부터 2심까지 세무서가 이겼다. 2심의 판결문은 못봤지만, 꾸준히 써먹은 판례가 있다. 대법원 99두4082 판결인데, 내용은 이렇다. 과세관청에 의해 증여로 추정된 경우 증여가 아닌 특별한 사정이 있음은 납세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 결국 입증 한다고 해봐야 그건 입증이 안된다고만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이제 대법원에 간다. 멋진 판단이 있었다. 2심까지의 판단에 대해 조세부과처분 취소소송 과정에서 경험칙(거의 그럴것이다)에 비춰 조세요건사실(증여가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는 이를 다투는 납세자가 경험칙을 적용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사정에 대한 증명을 해야하지만, 그와 같은 경험칙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세요건사실에 대해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꾸준히 써먹었다고 했던 판례는 사안이 달라서 이 사건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부부 사이에 송금은 증여 외에도 단순한 생활편의, 배우자 자금 위탁 관리,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 이 있을수 있다며, 그러한 예금의 입출금 사실이 밝혀진 것만으로 경험칙에 비춰 증여로 과세요건사실이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
이렇게 정리 할 수 있다.
세무서 : 당신 이거 증여 아니라고 증명해봐
납세자 : 이렇게 저렇게 해서 증여 아니야
세무서 : 안돼. 그런 증명으론 안돼. 세금 내
납세자 : 억울해. 소송할래
대법원 : 세무서. 증여라는 거 입증해봐
<대법원2015.9.10.선고 2015두41937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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